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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억 '잭팟'에서 철수로: 사우디 네옴시티에서 짐 싸는 한국 기업들

포커스 경제(FoucusEcon) 2025. 5. 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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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락한 사우디 근황. 네옴시티도 올스톱 직전입니다 I 박정호 교수 [글로벌인사이드]

 

꿈의 프로젝트, 현실의 벽에 부딪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야심찬 미래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에 참여했던 한국 기업들이 철수를 시작했습니다. 1조 달러(약 1390조원) 규모의 이 거대 프로젝트는 한때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최근 유가 하락과 사우디 재정 악화로 좌초 위기에 처했습니다.

아시아경제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약 800억 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수주했던 성신양회가 1년 6개월 만에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현지에 진출해 있는 다른 한국 기업들의 연쇄적 철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성신양회의 철수, 어쩔 수 없는 선택

성신양회는 2023년 사우디 현지 법인인 '진성인더스트리얼'을 설립하며 네옴시티 프로젝트 참여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후 삼성물산과 800억원 규모의 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네옴시티 프로젝트 중 하나인 '더 라인'의 '러닝 터널(SNRT)' 공사 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유가 하락으로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고, 외국인 투자 감소와 예상 사업비 증가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뛰어든 국내 업체들 사이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공사의 지연이 거듭되면서 사실상 멈춰버린 상황에 이르자, 성신양회는 지난 1월 사우디 타북 지역의 레미콘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현지 인력을 일부 철수시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만, 성신양회는 현지에서 러닝 터널 사업 이외의 다른 수주는 계속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란?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에 있는 2만6500㎢(서울의 44배) 면적의 토지를 저탄소 스마트시티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크게 세 가지 구성 요소로 나뉩니다:

  1. 더 라인(The Line): 170㎞의 직선 도시
  2. 옥사곤(Oxagon): 바다 위 첨단 산업단지
  3. 트로제나(Trojena): 산악 관광단지

총사업비는 당초 1조 달러(약 139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계획되었습니다.

프로젝트의 현실적 문제점들

처음 발표될 당시 많은 기대를 모았던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현재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1. 재정 압박

사우디아라비아는 예산의 약 70%가 석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90~100달러 수준을 유지해야 예산 균형이 가능한데, 최근 유가는 배럴당 60달러선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사우디 정부는 2025년에 260억 달러(약 38조원)의 재정 적자가 예상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부족한 예산을 메우기 위해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배당금을 줄이고, 정부는 370억 달러(약 55조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는 상황입니다.

2. 국제행사 준비에 우선순위 이동

사우디는 2029년 아시안 동계게임, 2030년 리야드 엑스포, 2034년 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연달아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행사들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한정된 재정을 국제행사 준비에 우선 투입하면서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3. 예산 삭감과 계약 취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투자 전문 매체 fDi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포트폴리오 전반에 최소 20%의 예산 삭감을 단행했으며, 네옴시티 등 일부 사업에는 최대 60%까지 예산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네옴 관련 5조원 규모 계약이 지난해 12월 취소됐고, 현장에서는 인력 구조조정도 진행 중입니다.

한국 건설사들의 향후 전망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건설·시멘트 업체들은 네옴시티 대신 사우디 수도 리야드로 눈을 돌려 추가 수주 건을 물색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우디의 재정 압박과 유가 변동 등으로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현재 네옴시티에서 6000억 원 규모의 '더 라인' 지하 터널 공사를 진행 중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철수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사우디 정부가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접은 것은 아니지만, 정상적인 공사 진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일단 현지에서 철수했다가 상황 변화에 따라 다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네옴시티, 신기루였나

최근 블로그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네옴시티의 핵심 프로젝트인 '더 라인'의 규모가 대폭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계획은 170km 길이의 직선형 수직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었지만, 현재는 2.4km로 대폭 축소되었으며, 수용 인구 목표도 900만 명에서 30만 명으로 감소했습니다.

또한 네옴시티의 수석 개발 책임자 데니스 히키는 "900만 명을 수용할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대단한 과제이며, 이를 완성하고 채우는 데 10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최초 계획대로의 완성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입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네옴시티가 '슬로다운(공사가 지연되는 상황)'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며 계획대로 준공하긴 어려워 보인다"면서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대회를 앞둔 사우디가 최근 네옴시티보다 스포츠 이벤트를 국가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점도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론: 제2의 중동붐은 물 건너갔나

한때 '제2의 중동붐'으로 불리며 수주 확대의 기회로 여겨졌던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여러 악재로 인해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성신양회의 철수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는 첫 번째 사례로, 앞으로 다른 한국 기업들도 유사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기회는 분명히 있지만 단기적 대규모 수주나 안정적인 수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재정 압박과 불확실성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성사된다고 해도 계약이 지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이제 중동 지역 수주 비중을 재조정하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지역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사우디의 '사막 위 신기루'처럼 보였던 네옴시티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출처: 아시아경제 출처: 시사저널e 출처: 나남뉴스

 

[단독]800억 '잭팟' 이라더니…사우디 네옴시티서 韓기업 짐싸기 시작했다 -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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